아주 잠시만 길을 걸어도 금세 비오듯 땀을 흘릴 수 있는 날이 오늘 같은 여름이다.

선호는 놀자며 저를 불렀던 친구의 꼬임에 넘어간 것을 5분만에 후회했다. 와 날씨 미친거 아니야? 개더워.

하필 아무거나 골라잡아 입고 나왔던 검은색 반팔티가 열을 흡수해대서 점차 달아오르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티셔츠의 앞부분을 잡고 펄럭여 바람을 일으키는데 지친 선호가 달려 들어간 곳은 바로 편의점.


"아, 살 것 같아..."


빵빵하게 틀어진 에어컨에 넓은 편의점 내부는 상당히 쾌적했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편하겠다, 안 덥고.


한결 풀린 표정으로 진열대를 구경하는데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편의점으로 들어서는 걸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2초도 안되는 시간동안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선호는 무언가 찌릿하는 느낌을 받았다. 뭐야, 이건.

어쩐지 낯설었던 데다 저도 모르게 복잡해져오는 머릿속 때문에 고개를 숙여버린 후 생각했다.


조금, 이상해.


선호와 눈이 마주쳤던 장신의 남성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려 알바생에게 말을 걸었다.


"나 또 왔어."

"그만 좀 와라. 여기가 네 직장이냐? 내 직장이지. 매일 이시간에 오네."

"아이, 내 직장도 근처고 마침 네가 이때 알바를 하는데 좀 올 수도 있지."

"허 참, 넌 일 안하냐?"

"괜찮아, 괜찮아."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알바생과 대화를 하는 것이 친구 사이인듯 싶었다.

선호는 물건을 고르는 척 하며 계속 말을 엿들었다.


"그래서 또 콜라 여섯개씩 사들고 가시게?"

"오, 이제 좀 아네. 역시 내 친구."

"예, 예. 가서 꺼내오기나 하시죠, 황민현씨."

"넵 알겠습니다-"


황민현이라 불린 그 사람이 저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자 선호는 아무거나 꺼내들고 급히 다른쪽으로 갔다.

콜라를 하나 둘 꺼내던 그가 멈춘 것은 하나가 부족한 채 텅 비어버린 칸을 봤을 때였다.


"하나가 모자라네..."


선호가 저도 모르게 제 손에 들린 콜라를 바라보곤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이걸 어쩌지. 줄까?

잠시 고민하다 어쩐지 마음에 걸려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있던 민현에게 다가섰다.

저, 이거... 아 괜찮은데... 아니에요, 저 콜라 안좋아해서... 아, 감사합니다.


머뭇거리다 받는 민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져서 선호의 입가에도 자연스레 호선이 그어졌다.

큰 보폭으로 계산대를 향하는 민현을 바라보다 전화가 울려 핸드폰을 들었다.

아 맞아. 나 친구랑 놀기로 했지.


"미안, 갈게!!"


이 날씨에 밖에서 우두커니 서있을 친구를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엄숙해져 친구의 것까지 사이다 두개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얘기를 나누다 멈춘 민현과 알바생을, 정확히는 민현을 의식하며 값을 치뤘다.

지갑을 주머니에 넣고서 사이다 두개를 집어들어 가려다 저를 쳐다보던 민현과 눈이 마주쳤다.

2초보다는 길었지만 여전히 짧은 시간동안, 민현은 웃었고 선호는 많은 생각을 했다.


편의점을 나서서 친구에게 가는 동안 선호는 무언가를 알았다.

그건 제가 내일 이시간에도 편의점에 갈 것이라는 거였다.

그리고 그건 아까 사지 못한 콜라 때문이었다.





w.해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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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쓰는 년섢 한 조각

이 조각은 후에 중편 중 하나에 합류시킬 예정이에요 ((언제일진 모르지만))

요새 너무 바빠서 많이 못 올리는 점 죄송합니다ㅠ.ㅠ 여름철 더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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