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고 싶은 거요? 어... 글쎄요. 사실 아까부터 배고파서... 맛있는 거 먹고싶어요."



푸흡, 아, 선호 봐.


숙소에서 선호의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보던 민현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래, 한창 배고플 나이지...

다른 댓글을 주욱 흝던 선호가 하나를 보고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아 맞아. 민현이 형이랑 이번주에 만나기로 했어요! 그, 고기 사준다구. 사이다랑."



완전 좋아요, 라면서 볼에 손바닥을 대고 히죽 웃는 선호에 절로 미소가 걸린다.

그렇게 좋아? 우리 선호 아주 신났네.

액정속에서 뛰노는 작은 병아리를 잠시 구경하다 메신저 앱을 열어 제일 위에 놓인 이름을 눌렀다.

주르륵 뜨는 대화들을 보고 또 작게 웃는다.



-형 저 이제 브이앱 켜요

:잘해

-볼거지??

:글쎄...

-ㅠㅠㅠㅠㅠ 

-아왜....

:ㅋㅋㅋㅋㅋ바빠

-힝

:잘하고와

-알았어요ㅜㅠ



선호가 저를 좋아하는 것이 눈에 여실히 보이니까 괜히 놀려주고 싶어서 바쁘다고 해버렸다. 귀엽잖아.

민현은 침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곤 잠시 고민하는 듯 싶다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브이앱 잘봤어ㅋㅋㅋㅋ잘생겼다 우리선호

:고기말고도 먹고싶은거 다사줄테니까

:미리 생각해놔



이정도면 저의 선호가 좋아하려나.

어느새 선호의 프로필 사진을 눌러 보고 있었다. 자꾸 손이 가는 게 왜일까 싶다.

저랑 선호랑 같이 찍은 사진인데 어째 저가 너무 이상하게 나온듯해 볼때마다 입이 삐죽 나왔다.

할거면 제대로 된 사진을 해야지.

마침 방으로 들어오는 지성을 보고 손짓해 불렀다. 지성이형, 이거봐. 응?



"이거 솔직히 너무 못생겼잖아..."

"아하하, 이거 뭐야? 너 얼굴 너무 크게 나온거아냐? 선호얼굴은 완전 주먹만한데."

 


그니까... 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 민현 앞에서 지성은 박장대소를 하고 난리였다.

야, 머리 크기 진짜. 나도 알아. 아니, 푸흐흐, 니가 큰 건 아닌데 저건 너무 앞에서 찍어서 그래. 선호는 뒤에있고.

형 그렇게 좋으면 저랑 사진 한번 찍어요. 형이 여기 서고 내가 저- 뒤에 있을 테니까...


장난스레 노려보며 말하는 민현에 손을 살살 저으며 지성이 몸을 뒤로 뺐다. 어우, 사양할게.

콧노래를 부르며 방에서 뭔갈 찾는 지성을 웃음기어린 얼굴로 올려보다 울려대는 메신저 알림에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선호인가?



-민현아 

-선호 브이앱 보고있어?



아, 쩨알이네.



:조금 보다가 나왔는데

-ㅋㅋㅋㅋㅋ선호가 니 얘기 엄청해

:ㅋㅋㅋㅋㅋㅋㅋ왜 뭐라고?

-그냥 무슨 말 할때마다

-민현이 형은... 민현ㅇ형... 이래서

: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사람이 댓글에 유선호 어린이가 아빠 황민현 찾는 방송이라면서...

:아진짜?ㅋㅋㅋㅋㅋㅋ

-선호 귀엽다



귀엽지. 대박 귀여워 정말.

이걸 어떡하냐, 하고 얼굴 한가득 웃음을 담고 죄없는 베개만 꾹꾹 눌러댔다.

선호 만나면 볼이나 꼬집어 줘야겠네.

민현은 방 밖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핸드폰은 내려놓고 어, 갈게, 라며 문을 열고 나섰다.

연습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한참을 몰아치던 연습이 끝나고 민현을 위시한 멤버들은 제각기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다.

제일 먼저 가는 사람부터 씻는거야, 나 첫번째! 그다음 나, 아 치사하게!!

정해져 있는 화장실 갯수 때문에 씻는 것도 전쟁이다.

중간에 슬쩍 차례를 끼워넣은 민현이 방으로 들어와 바닥에 철푸덕 앉으며 에어컨을 켰다. 덥다, 더워.

침대에 던져놓은 핸드폰을 슥 끌어와 잠금을 해제하니 깔끔한 배경화면에 띄워진 알림이 그를 반겼다.

무슨 톡을 이렇게 했대...

연습으로 지친 팔다리를 주무르며 메신저를 확인하는 민현의 입가에 금세 웃음이 걸린다.



-뭐야 봤어??

-나진짜 안볼줄알고 기대안하고 있었ㄱ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민현이형

-사랑해



마지막으로 귀여운 하트까지.

선호한테 제가 물들어버린 건지 이제는 애정표현같은 것도 마냥 귀엽기만 했다.

부담스러워서 힘들다던 황민현은 어디로 간걸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다 이러면 어때 싶어 금방 떨쳐내버린다.



:알아



너무 짧게 보내면 또 삐지려나.

두마디를 더 작성해 보내고 다음 누구야, 아 민현이형. 형 씻어요!! 하는 소리에 핸드폰을 놓고 일어선다.

방의 문고리를 잡고 여는 민현의 얼굴이 어쩐지 들뜬 듯 했다.



* * *



하루 스케쥴도 다 끝났겠다, 선호는 침대에 엎드린 채로 노트북으로 다운받은 영화 관람에 열심이었다.

딱히 장르라고는 공포나 스릴러 제외하고 가리지 않는 선호가 오늘 선택한 것은 판타지.

한시간 반 가량 열심히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니 엔딩크레딧이 올랐다. 즛즛,역시 없어보인다고 무시하면 안돼.

온갖 고생 다 겪으며 고생하던 남자주인공이 결국 미인과 세상을 구해 죄다 제 손에 넣는 이기적인 영화다, 라는 결론을 내린 후 인터넷을 열었다.

누구랑 누가 사귄다더라, 알고봤더니 이 연예인은 쓰레기였다더라 같은 기사를 흥미롭게 읽다가 알림음에 핸드폰을 켰다.

아이구 톱스타였는데 망했네... 하며 중얼대던 선호는 곧 제 눈을 의심했다.



"...이거 민현이형 맞아...?"



잠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화면을 한번 쳐다보고 이게 민현이다, 하는 것이 인식이 되자 마구 웃음이 나왔다.

아 이형 뭐야, 진짜.

워낙 제가 좋다, 좋다하며 들이대도 한결같이 틱틱대던 그였는데. 서서히 저에게 동화된다 싶어 흐뭇해진다.

대화창 속 민현의 프로필 사진이 예쁘게 웃으며 그를 전했다.



-알아

-나도

-♥️



그니까, 저도 사랑한단다.

황민현이, 제 민현이 형이, 유선호를 사랑한다잖아...

선호는 그 순간 영화속에서 미녀와 세상을 다가졌던 남자주인공이 부럽지 않았다.


나도 미남은 있다, 뭐.


흐흐 웃던 선호가 민현의 메세지를 캡쳐해서 누군가에게 보냈다. 이것봐라- 부럽지, 부럽지?

아마 보자마자 기겁할 것이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며 다시 한번 메세지를 머릿속에 담았다.

펼쳐놓은 노트북을 닫고 가만히 누워 천장을 보는데 민현이 웃으며 제게 선호야, 내가 더 사랑해. 하는 것이 슬슬 그려졌다.


이제는 안했던 말까지 연상되는 거 보면 정말 심각한 정신병 아냐?

부끄러움 반 행복 반을 담아 이불을 뻥뻥 차던 걸 멈추고 고민에 빠진다.


음... 좋긴한데에...

이러다 꿈에도 나오겠어, 라며 고개를 휘젓는 선호의 입가는 한껏 올라가있었다.



* * *



선호야. 어, 민현이형! 잘 지냈어? 물론이죠. 형 요즘 너무 바쁜거 아냐? 그러게 말야.

모바일 라이브 방송이 있고 며칠 후에 만난 선호는 더욱 활기찬 모습이었다.

멀리서 달려와 폭 안기는 선호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약간 살이 오른 것도 같고... 볼이 몽실몽실해 보이는 게 그 또래와 같았다. 전에는 더 성숙해보였었는데.


민현은 선호가 자신이 찾아가겠다며 주소만 딱 부르라는 걸 어린이는 가만히 있어, 로 막아버렸다.

제가 무슨 어린이냐며 투덜댔지만 그럼 사이다 필요없냐는 말에 입을 꾹 다문다.

그런 단순한 모습을 좋아하는 민현을 알았기에 키가 180에 육박하는 어린이는 어쩔 노릇이 없었다.



"배고파?"

"음...조금?"

"고기먹으러 갈래?"



아싸, 많이 먹어야지. 그래, 많이많이 먹어.

오랜만에 보는 선호고 제게 너무나도 좋은 동생이니까 하는 생각을 하며 웃는다. 또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잊지않고.


고기를 굽는 동안 그동안의 밀린 얘기를 하기 시작하니 정말 한도 끝도 없었다.

카톡 프사 바꿔어, 나 완전 얼굴 크게 나왔잖아... 지성이형이 보고 엄청 웃었어. 왜 귀여운데? 귀엽기는.

이따 다시 찍어. 이번에는 내가 뒤에 설거야. 콜, 이러면 내 얼굴이 위험한거 아냐? 아니지. 선호는 잘생겨서 괜찮아.

그리고 잠만, 너 저번에 최민기한테 그거 캡쳐해서 보냈더라? 아맞다. 민기형이 뭐래요? 뭐라긴... 소름돋는다고...

아 대박, 하고 깔깔 웃는 선호를 한숨 푹푹 쉬며 보다가 익은 듯 싶은 고기를 집어 접시에 밀어넣는다. 먹어. 와아, 잘 먹겠습니다-


사이다도 몇병 비우고 고기가 올랐다 내렸다 하길 반복하자 둘은 만족하고 일어섰다. 이제 어디가지? 좀 돌아다닐까.

사람 가득한 번화가를 따라 주욱 걷다가 선호가 한 곳에서 발걸음을 세웠다.



"형 이거. 귀엽다."



동물 머리띠들을 보고 씩 웃더니 민현에게 하나를 씌워준다. 뭐야, 하면서 빼보니 꼭 호랑이 귀같다.

이건 동호 줘야겠는데...

이것저것 민현에게 씌우고 웃기바쁜 선호을 부루퉁하니 바라보다 하나를 빼서 머리에 얹어준다.



"어울린다."



토끼 머리띠를 하고 저를 해맑게 바라보는 선호가 귀엽다. 사진 찍어줄게.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눈 옆으로 브이자를 그려 포즈를 취한다.

핸드폰에 사진을 저장시키는 걸 보던 선호가 제 옆으로 민현을 이끌어 세웠다. 고양이 머리띠도 슬쩍 올려주면서.



"같이 사진 찍기로 했잖아. 내가 앞에 서줄게."



민현이 못 말린다는 듯이 살짝 웃고는 빙글거리는 선호의 어깨 뒤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제 얼굴로 살랑이며 닿는 머리카락이 부드럽다. 은은하게 퍼져오는 샴푸의 향, 저와 같은 향수의 향에 저도 모르게 눈이 둥글게 휜다. 왠지 오늘따라 병아리가 훅훅 다가와 두근거렸다.


하나, 둘, 하고 찍힌 사진이 꽤나 잘 나왔다. 새침하게 웃는 선호나 세상 다정하게 웃는 민현이나 서로가 마음에 들어 같이 프로필 사진에 업데이트하기로 약속했다. 안하기만 해. 해, 할거야.

굳이 지금 해야겠다며 신이 나 빨라진 손으로 핸드폰을 눌러대는 선호를 지켜보다 근처에 놓인 꽃 머리띠를 집어들었다.

얼추 어울리겠다 싶어 선호의 머리에 올려놓으니 한결 더 요정같다.



"그거 이쁘다. 사줄테니까 브이앱 같은 거 할때 하고 나와, 알겠지?"



반쯤 장난삼아 한 말인데 예상외로 좋아하는 걸 보니 진짜 사줘야 할 듯 싶었다.



"어 형, 사주기로 했어요. 나 진짜 방송할 때마다 하고 나올거야."

"그래 그럼."



바뀐 프로필 사진을 보고 흡족해하던 선호가 진열대를 살피다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와 이거 민현이형 하면 딱인데?

그러고서는 집어든 게 하와이에서나 쓸 법한 대왕 꽃 목걸이다. 야 이건 진짜... 형 내가 사줄테니까, 알죠?

절대 싫다고 거부하던 민현의 목에 찡긋찡긋 윙크를 해대며 꽃 목걸이를 걸어주고는 과장되게 감탄한다.



"이야, 잘 어울리는데?"

"안해, 안해."

"아 한번만. 응?"

"이걸 어떻게 해..."



난처한 웃음을 짓자 선호가 한쪽 팔에 매달려왔다. 민현이형... 선호야... 형 그거하면 완전 멋있어.

뭐라는 거야, 정말.

별 말로 저를 구슬리기에 열심인 것이 귀여워 머리를 꾹꾹 눌러 쓰다듬었다. 알았어.

예- 하며 지갑을 꺼내들길래 제가 계산한다며 민현이 꽃 머리띠와 목걸이를 손에 들었다.

그래...선호가 좋아하는데, 이런거 하나 못 쓸까.

어쩐지 될대로 돼라는 기분이 들어 허탈한 웃음이 지어진다.




계산까지 마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음식도 사먹고, 곳곳에서 사진도 찍어주다 보니 들어가야 할 시간이 되어버렸다.

선호의 집 앞까지 같이 온 민현이 제 팔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꼬맹이의 볼을 쿡쿡 찔렀다. 집 안가?



"가기 싫다. 형이랑 계속 놀고 싶어."



팔짱을 꼭 낀 채 민현의 팔에 얼굴을 부비던 선호가 우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헤어질 시간이라는 게 안타까운지 절로 입술이 삐죽 내밀어진다. 이러고 계속 있으면 안되나.



"다음에 또 놀면 되지."

"바쁘다고 안 놀아줄거잖아..."

"뭘 안 놀아. 아니야, 놀자."

"전화도 잘 좀 받고!"

"형이 요즘 바빠..."



그건 그렇지만.

미안하다는 듯이 미소짓는 민현에 금방 마음이 풀어져버린다. 그래, 바쁘니까 그건 봐준다치고.

그럼 카톡 자주하기. 응. 어... 그래도 가끔 전화하구. 그래. 음, 또 밥 잘먹고. 너도. 그리구...

제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나열하는 선호가 너무 열심이라 민현의 입가에 금세 호선이 그려졌다. 많기도 해라.


다정하게 웃고만 있는 민현과 눈이 마주치자 선호는 그만 하던 말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와, 진짜 잘생겼다.

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한 얼굴이 어째 더 멋있어보여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가만히 얼굴만 붉혔다.



"왜, 또 할말 없어?"

"그... 까먹어서..."



선호는 뭐야, 라며 환하게 웃는 민현을 보다 잠시 고민한 후, 결연한 표정으로 손짓했다.

민현이형. 어? 이리와봐요.

다가선 민현의 볼에 쪽- 하는 소리로 뽀뽀한 선호는 마냥 아이같이 웃으며 제 집쪽으로 달렸다. 히, 성공.

자리에 홀로 남은 민현은 눈을 깜빡이다 픽 웃고는 멀리서 손을 흔드는 선호에게 마주 인사했다.

진짜 못 말려, 유선호.



"형 잘가요!!"



한참을 한자리에 서서 붕붕 팔을 흔드는 선호에게 민현이 어서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늦었어.

들어가면서도 계속 뒤돌아보는 것이 퍽 아쉬워보였다.

선호의 모습이 점차 작아지다 보이지 않게 되자 민현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돌아섰다.

제 예상보다 훨씬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지개를 펴며 민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어쩐지 선호와 맞닿았던 볼이 점점 뜨뜻하니 달아오르는 것 같다. 아, 정말.

한 두번 있는 일도 아니었건만 점점 더 의식하게 되는 거였다. 시선을 피해 눈을 깜빡이게 된다.

민현은 제 자신이 너무 어려웠다.





숙소로 돌아와 장난스레 반기는 멤버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엎어졌다. 피곤하다, 피곤해.

핸드폰을 찾다 꽃 목걸이가 생각나 눈앞으로 끌어와 요리조리 살펴본다.

플라스틱 조화로 된 큼직한 그 모양에 마냥 웃음이 난다. 이걸 쓰라는 거지?

목에 걸고 보니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민현이 꽃을 코끝에 가져다댔다.

가짜꽃인데 진짜의 향이 난다. 꽃의 향기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런 거였다.

민현은 괜시리 시선을 먼데로 돌리곤 헛기침을 했다.

하필 그때 선호의 입맞춤이 생각났을 건 또 무엇인가.

멍하니 꽃을 만지작대다 같은 방에 있던 재환을 불렀다. 재환아.



"응?"

"이거, 냄새맡아봐."

"이거 왜. 플라스틱 냄새나는데? 약간 공장냄새..."

"아냐, 뭔가 되게 좋은 향 나지 않아? 꽃향기라던지..."

"형 코 이상한거 아니에요? 푸흐, 전혀 모르겠는데."



졸지에 후각에 문제가 있게 되어버린 민현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진짜 나는데.

근데 형 이거 어디서 났어요? 선호가 이거 쓰면 잘생겼다면서 꼭 걸고 방송하래. 아 정말?

특유의 경쾌한 웃음소리를 터트리며 멤버들에게 으하하, 황민현 이거 쓴대요- 하며 목걸이를 들고 방을 뛰쳐나간 재환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다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아...


씻고 와서 핸드폰을 만지작대는데 프로필 사진을 바꾸기로 했던 것이 생각났다.

메신저 앱을 들어가서 이것저것 누르고 사진을 업데이트 했다. 오케이, 됐어.

갤러리를 여니 선호가 여럿 웃고 있었다. 오늘 했던 데이트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꽃 머리띠를 한 채 프로필 사진 바꾸기에 여념이 없는 선호가 나타났다.

사진을 넘기던 손을 멈춰 유심히 바라봤다.

그러다 도무지 뭐가 꽃인지 모르겠다며 나직히 웃는다. 이젠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져왔다.


제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저도 아는 일이었다. 조금 피해왔을 뿐이지.

민현은 옆으로 드러누워 벽을 바라보고 생각했다.

하루에 몇 번씩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게 예전의 저답지 않았다.

어느 순간 훅 들어와 버린 누군가 때문이겠지.

매력적인 향으로 저를 흔들어버린 꽃 때문이겠다, 하며 눈을 감았다 뜬다.

숱한 고민을 해왔던 저였고, 제 스스로는 반쯤 결론을 내어버린 것 같았지만 괜시리 인정하기 싫어 애써 삼켜냈다.

그러다 턱- 하고 걸려버린다.

그대로 놓쳐질 수 없다며 꼭 붙어오는 감정에 그만 포기하고 마주 안아준다. 그래,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다시 한번 메신저 앱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다. 자신보다 더 눈길이 간다.

결국 민현이 졌다는 듯이 웃으며 눈을 감았다. 못 말린다니까...




그날 밤 민현의 꿈에는 선호가 나왔다. 반짝이는 꽃밭 한가운데서 둘은 웃으며 입을 맞춘다.

그리고, 먼저 다가선 것은 민현이었다.






나와 너, 그리고 꽃 w.해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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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님과 선호군의 데이트를 응원하며... 오랜만에 단편 올려봐요:s (ft. 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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