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럽다' 라는 말을 싫어한다.
이건 저도 어제 깨달아버린 일이었다.
그냥 평소와 같이 친구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근처에 앉은 여학생들이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것 좀 봐. 완전 징그러."
"그니까. 못 먹겠어."

속에서 무언가 들고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왜, 죽어버린 생선 따위가 어때서? 너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 아닌가?
누군가를 위해 죽어주었다는 고고함 따위 모르는 네가,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저는 그 여학생들이 떠날때까지 일어서지도, 따지지도 못했다.
그저 눈을 내리깔고 불쌍한 생선쪼까리를 젓가락으로 쿡쿡 찍어댔을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지인짜... 화가 났다니까?"
"후... 그래. 잘 알겠는데, 너 그거 한번만 더 말하면 일곱번째다."
"응... 알아... 아는데에..."


정신이 몽롱했다.
아니다, 정신은 말짱하다. 다만 그속에서 뒤엉켜 싸우는 머릿속 전사들이 신경쓰였을 뿐이었다.
기막힌 전투다. 저들끼리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왁왁대며 덤벼든다.
그- 생선쪼가리가 뭐라고 네가 고고함을 정의해? 웃긴다 진짜. 야, 말 다했어? 그럼 넌 왜 아무말 못했는데?
결국 도망친 거잖아, 멍청아. 네가 그렇게 징그럽다는 말이 싫고 혐오스러우면 나섰어야지!
아무래도 호전적이던 친구가 이긴 것 같다. 그럼 넌 왜 아까 안 나섰니?
네가 울어버릴 것 같아서였잖아. 바보같이 울려고 하긴.
아아, 그랬었나. 약간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안 울었잖아.
전사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친구를 잊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에이, 통화중이었잖아.
친구가 마침 전화를 끊고 제게 고개를 돌렸다.


"야, 나 친구 한명 좀 부를게. 너도 한번쯤 봤을걸?
"누구?"
"그, 민현이라고, 황민현. 알지? 줄거 있어서."
"그러던지."
"땡큐."


민현이라, 본 것도 같다.
조금 묵묵하고 조용했던 것 같은데. 키가 크고 어딘가 차가운 인상이었던 것도 같다.
아무렴 어때, 오늘 보면 더 볼 사이도 아닌걸.




그 민현이라는 친구는 생각보다 성격이 좋았다.
말 그대로 어쩌다 한번 스치듯 본 사인데, 사실 초면이라 해도 무방할 사이인데 말이지.
제게 먼저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당황해서 횡설수설해버렸네. 이상하게 생각하려나...


친구가 두꺼운 파일같은 걸 꺼내주더니 무슨무슨 말을 한다.
곧 저들끼리의 대화에 여념이 없길래 숟가락으로 오뎅탕만 뒤적였다.
응? 뭐라고? 민현이 좀만 있다가도 되지? 마음대로.


아예 나빼고 놀겠다는 거네... 너무해.


아까 친절하게 말 걸어주던 황민현이 이제 이쪽엔 아예 신경을 안쓰는 것 같다.
내 친구란 놈도 그러는데 뭐...
애꿏은 소주잔을 만지작대다 조금 채워 살살 흔들었다.
넘칠듯 말듯 찰랑이는 게 재밌어 쏟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조금 더 세게? 오, 방금은 좀 위험했어. 그렇지, 좋아.
생각보다 자질있는데?


이상한데서 적성을 찾은 기쁨에 한참을 혼자 노는데 누가 치는 것 같아 고개를 들었다.



"선호, 맞지? 유선호."
"아, 응."



어라, 황민현이다. 친구는 어디가고 테이블에 올린 팔로 턱을 괸 채 저를 쳐다본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마주 바라보니 푸스스 웃는다.



"얘 화장실갔어."
"아하."



그렇군, 하며 시선을 돌리는데 다시 말을 걸어온다.



"나 너 알고 있었는데."



나?



"음...나도."
"아 진짜? 오... 나는 네가 나 모를줄알았어."



...나는 네가 모를 줄 알았지.
어딘가 기뻐보이는 얼굴에 히, 하고 웃었다.



"나 너 그때 봤었는데, 길에서 너랑 성우랑 가고있는데 우진이 만나서 인사했잖아.  나 우진이랑 같이 있었거든."
"어 맞아. 너 엄청 잘생겼다고 성우한테 누구냐고 그랬었어."
"그럴리가..."



지금 누가 누구더러 잘생겼다는 거야.
이런 말을 하는 민현의 얼굴이 너무 해맑아보여서 그냥 고개를 내저었다.
무뚝뚝할 줄 알았는데 참 순하고 밝은 듯 하다.
저와는 살짝 달라보여 멍하니 얼굴만 바라보고 있자 의문어린 표정으로 눈앞에 손을 흔들어온다.



"자는 거 아니지?"
"...아냐."



그냥 낯설 뿐이야.
저와 다르게 살았기에 호기심이 가는 것이다.
슬슬 밀려오는 자기혐오에 절로 자조적인 웃음이 지어졌다.
손에 쥐고 있던 소주잔이 낯설게 느껴진다.



"무슨 일 있어?"



아무렇지 않게 물어온다.
당연히 대답할 것이라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저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응."



피할 것 없이. 그냥 술이 들어가고 누가 물으니 답해야지.



"무슨 일?"



있지, 황민현. 너는 싫어하는 게 뭐야?"
이렇게 물으면 친절한 황민현은 대답해줄까.
문득 궁금해졌다.



"넌 싫어하는 게 뭐야?"
"나? 음...예의를 지키지 않는 거라던지, 화내는 거?"
"그런가..."



역시 그랬다. 그다워. 참 다정한 답변이다.



"넌?"



질문이 돌아올 줄은 몰랐기에 눈을 깜빡이다 되물었다. 나...? 응, 너.
뭐라고 해야하지... 흔한 귀신, 거미, 뭐 그런거?



"...난 징그럽다는 말이 싫어."



그 순간이 주는 분위기에 잔뜩 적셔져서 말해버렸다.
선선히 불어오는 가을 밤의 한가한 바람,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그리고 황민현과 유선호.
어쩐지 저는 그 공간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제각기 잘들 빛나는 걸.



"그런 말을 누가 좋아하겠어."



눈을 깜빡였다.
그야 그렇겠지.
가만히 저만 바라보던 황민현과 눈이 마주쳤다.



"난 어떤 사람 같아?"



부모님께 받은 새옷을 입고 핑그르르 돌며 나 어때요, 하는 어린아이같이 무작정 기대에 차 물었다.
그러면 그는 응당 그렇게 답해야 한다는 듯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참 예쁜 사람."



예쁜 사람 눈에는 예쁜 것만 보이나 보다.
뭐라고 답해야 할 지 몰라 고개를 돌려 테이블만 쳐다봤다.
소주잔을 만지작대다 그 안을 들여다본다.
투명하게 찰랑이는 액체에 무엇인가 일렁였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 따위 즐기지 않으니까, 라며 들이켰다.
죄 비워낸 소주잔의 밑바닥이 보였다. 제 밑바닥도 드러난다.



"그만 마셔."



쓰다, 써. 근데 조금 달다.
잔을 가져가는 민현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 큰 손은 아닌데 손가락 참 곱다. 주인을 닮았는지...



"...나 취했나 봐."
"그러게, 그만 마시자."



절로 드는 이상한 생각에 멍하니 중얼댔다.
그 원인인 황민현에게 자꾸 눈이 갔다.


술 때문일거야...


아무한테도 꺼내놓은 적 없던 자신을 전부 보여주고 싶어진다.
그럼 도망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겨우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걸었다.



선호는 조금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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