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응? 다시 말해줘."

"그러니까, 나랑 왜 사귀냐고."

"...? 무슨 말이야 그게. 왜, 누가 뭐랬어?"


미간을 살풋 찡그리는 민현을 보다 도리도리 고갯짓을 했다.


푸우, 봄이라 센치해졌나부지. 센치? 봄 타는 거야? 아니. 응. 뭐야, 그게.


제가 뭘해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웃어주는 민현이었기에 같이 있기만 해도 기분 좋았다.

머리를 쓰담는 손길을 가만히 느끼다가 다시 고개를 퍼뜩 들고 물었다.


"아메리카노가 왜 좋아?"

"음... 맛있으니까? 씁쓸한 게 좋던데."

"왜 검은 색 옷 입어?"

"깔끔하잖아."

"왜 고양이가 좋아?

"귀여워. 너처럼."

"왜 나이가 많아?"

"야."


뜬금없는 질문들을 던져도 귀찮아하지 않고 대답해준다. 마지막 질문에 저를 밉지 않게 째려보긴 했지만서도...

어쨌든, 역시 황민현밖에 없지 싶어 한껏 풀린 얼굴로 폭 안겼다. 민현이 혀엉- 하는 애교도 잊지 않고.

사람들 많은데, 하면서 난처한 척 하지만 좋아하는 거 다 티나요 아저씨.

한참을 카페에서 꽁냥대다 창 밖이 푸르러질 때쯤 뭉그적거리며 나왔다.


형, 배고파요. 피자먹으러 갈까? 좋아, 완전 좋아! 푸흐, 우리 선호 신났네.


아까 하던 생각들은 싸그리 잊어버리고 피자! 피자! 하며 뛰어다녔다.

민현이 사주니까 더 맛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피자로 잔뜩 배를 채우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인형뽑기 기계에서 리자몽을 뽑았다.

사실 민현의 친구 종현을 닮았다며 보자마자 꽂혀가지고 달려드는 바람에... 대체 몇살 드셨어요 황민현씨?

오천원쯤 쓰고 나서야 그 무거운 몸을 일으켜주신 리자몽님은 고스란히 선호의 차지가 되었다.


종현이한테는 사진한장만 찍어 보내줘야지. 선호야, 그거 들고 여기 서봐. 아이 귀여워.


누가 인형인 건지 모르겠다며 실실 웃는 민현을 부끄럽다며 아프지 않게 팡팡 때린 선호는 리자몽을 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침대에 올려놓고 같이 잘 거라니까 자기도 못자는데 어딜 감히? 라면서 인형을 뺏으려 드는 민현에게서 코웃음을 흥 치며 새침하게 돌아선다.


그러게 저번에 우리집 오라니까 왜 안왔어요, 놓친 사람 잘못이지. 그, 뭐라는 거야, 진짜.


부끄러워하긴.

선호는 가끔 민현이 저를 애인으로 안 보는 가 싶어 심각하다면 심각한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럴때면 민현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줬다.

그 말대로라면 성인이 될때까진 자신이 참겠다나...


내 나이가 몇인데 참길 참아. 열아홉이면 일년쯤 뛰어넘어도 되잖아? 흥이다.


생각하다보니 괘씸해져서 리자몽을 꼭 껴안고 잰걸음으로 걸었다.

어, 같이가 선호야, 하는 말이 들렸지만 더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든지 말든지... 아 빨리 안와? 알겠어, 알겠어.


오늘따라 좀 오락가락하는 선호 덕에 민현이 여간 고생이 아니다.



* * *



이게 뭐야... 풀라고 낸 문제야?


선호는 간만에 학교에서 풀려고 꺼낸 문제집의 난이도가 제 수준에는 너무나도 어렵다는 걸 알아챘다.


"여기서...함수가...아니, 그러니까 그래프를...보고..."


답지를 봐도 모르겠다. 민현이형한테 물어봐야지- 라며 문제에 별표를 크게 치고 책을 덮었다.

너무 어려우니까 나중에 해야지. 아, 공부 많이했다.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선호를 짝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많이하긴 개뿔이...보니까 계속 그 페이지더만."

"아니거든? 그 문제가 어려워서 그래. 진짜 절대 안 풀려."

"그래서 그만 하시겠다?"

"예쓰."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짝이 포기하고 책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다.


아, 매점가기로 했지. 유선호 가자! 간다! 어어, 같이가.


금세 선호의 자리는 휑하니 비어 버렸다. 그리고 짝은 고개를 저었다.



* * *



"이걸 모르겠다고?"

"응... 그 원래 알았는데, 음."

"이거 이렇게 하면 쉬워. 자, 봐봐."



원체 공부를 잘하는 민현이었기에 문제를 풀어내려가는 손길은 거침이 없었다.

그냥 숫자 몇줄 끄적이고 그림 좀 그리면 문제가 딱 풀려버리네?



"와, 대박. 난 영원히 못 풀 줄 알았는데."

"풀리지 않는 문제가 어딨어. 다 제 답이 있는거지."



쪼록 하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민현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선호가 입을 열었다.



"그럼 황민현의 답은 뭐야?"

"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웃는 그에게 다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손가락으로 콕 집으며 물었다.

나 궁금해, 알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이 사람, 민현씨의 답은 뭐냐구요."

"내가 문제야?"

"좀 중의적인 표현으로... 문제긴 하지. 아, 농담농담."



어우, 눈빛 너무 뜨거워, 불 나겠다.

그나저나 왜 말 안해줘. 역시 답이 없는건가...


속으로 꿍얼거리는데 어딘가 어색한 목소리로 민현이 말을 걸어왔다.


"너."

"응?"

"그니까, 너."

"나 뭐."

"아니, 내 답은 너라고."


지금 제가 뭘 들은 거죠?


제 귀가 의심스러워 눈만 가만히 깜빡이다 시선을 피해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민현의 얼굴이 슬슬 붉어지는 것을 보고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부드러운 솜사탕 사이에 폭삭 안겨서 뒹굴뒹굴거리다 앙 하고 베어물었을 때의 달콤함이 이러할까.

지금 선호는 아무것도 필요없었다.


그래, 황민현의 답은 난데! 다 무슨 소용이야!


얼굴이 뜨거운지 얼음이 담긴 커피를 연신 제 얼굴로 갖다대는 민현의 팔을 붙잡았다.

나 손 차가운데... 내가 식혀줄게, 라며 빙글거리며 다가서자 금세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서며 됐어, 됐어, 해버린다.

힝, 거리는 선호에게 이번에는 민현이 물어온다.



"그럼 유선호의 답은?"

"이잉?"

"나도 말해줬잖아. 네 차례야."



씩 웃는 황민현의 얼굴이 빛이 나도록 잘생겼다. 거참 누구 애인인지...

이럼 내뺄수도 없구 말이야.


머리를 긁적이다 똑같이 어색한 톤으로 한마디 툭 던진다.



"너."

"형한테 너래?"

"너, 너, 너어."

"으이구."



못말린다는 듯 머리를 헝클어트리다 주변을 휙 둘러보더니 선호의 입술에 쪽 하고 입맞추곤 떨어진다.

스킨쉽은 항상 제가 주도했기에 이런 급작스런, 거기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요망한 짓은 선호의 심장을 쿵 떨구기에 충분했다.

선호가 당황한 듯 눈만 크게 뜨고 있자 민현이 선호의 목을 제게로 끌어와 이마를 콩 하고 부딪힌다.



"앞으로 모든 문제는 다 내가 풀어줄 테니까, 넌 내 옆에 있어. 문제랑 답이 어디 떨어지는 거 봤냐."



그리고 참 예쁘게 웃었다. 저도 따라서 그렇게 웃어버릴 만큼.

응, 당연하지, 라며 눈을 살짝 감았다.

답을 찾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고, 결과는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이 세상 모든 문제와 답은 이런 건가요?



선호는 마지막 의문을 민현과 마주잡은 손에 담아 눌러버리고는 맑게 웃었다.




왜? w.해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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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뒷부분을 재정리 하다 지쳐서 끄적인 글... 개연성은 년섢의 귀여움인걸로.

태풍을 3편정도로 잡고 쓰기 시작했는데 더 길어질 것 같아서 다듬는 중입니다'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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